[마중_리뷰] 마을미디어를 설명하는 새로운 언어 – <지역공동체와 미디어>를 읽고


이세린 (전 구로FM 활동가)

 

 

 그런데, 마을 미디어가 뭐예요?

누군가 내게 이렇게 묻는다면, 나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 누구나 척하면 척 알아들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을 알기 좋게 설명해 내는 것은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런 걸 물어오는 사람은 사실 “그런 게 왜 필요하죠?”를 알고 싶기도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 생소하지만 가치 있는 미디어를 이 사람의 마음에 와 닿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역공동체와 미디어>는 비슷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을 마을 미디어 활동가들과 가볍게 함께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책 한 권을 ‘가볍게’ 읽는다는 말,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실제로 접하면 이 정도는 가볍게 읽을 수 있다고 말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손바닥 하나 정도의 작은 크기에 얇은 두께를 가진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북스에서 발행하는 한국언론정보학회지식총서 중 한 권이다. 미디어와 관련된 방대한 분야를 다루는 출판사에서 마을 미디어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책이 지난 3월 발행되었다는 것은 선례가 몇 권 있음에도 여전히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의 장점은 얇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마을 미디어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다양한 내용을 담아냈다는 점이다. ‘지역공동체’와 ‘미디어’라는 커다란 두 분야 아래에는 관련 이론, 국내와 해외의 시대적 흐름, 그 속에 존재했던 사례 등 다양한 세부 초점들이 있다. 목차의 챕터 하나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책은 이런 다양한 세부 분야들이 어떻게 지금 여기에 이르렀는지를 이야기하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현재의 마을 미디어와 이어지게 된다. 각각의 깊이는 부족하지만, 읽는 이들 각자에게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해보는 정도로 유용하리라고 생각한다.

 

 마을미디어는 필요하다, 정말로!

지역공동체에는 미디어가 꼭 필요하다는 말, 마을미디어 활동가로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서울같은 지금의 대도시에서도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그런 말을 자신 있게 하고 있다. 첫 번째 챕터인 01 공동체와 미디어 에서 이 책이 가장 먼저 말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공동체에서는 늘 미디어를 필요로 했다는 것이다. 그 미디어의 형태가 문자나 종이처럼 지금의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미디어일지라도 말이다. 그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것은 바로 그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스토리’이다. 지역스토리텔링 연구소 소장인 저자 김태훈의 식견이 드러난다. 이 때의 공동체는 지금 우리가 가정하는 공동체만큼 작은 것이 아닌, 국가나 부족 단위의 큰 공동체였으리라 짐작된다.

이런 거대한 공동체 내의 대표적인 미디어는 매스미디어이다. 02 매스미디어와 지역공동체 에서는 매스미디어에 대한 미디어 이론을 가볍게 소개한다. 주로 매스미디어로 인해 미디어의 수용자들이 어떻게 변화하느냐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저자는 미디어 이론을 통해 매스미디어가 공동체 내의 더 작은 공동체인 지역공동체의 이슈를 다루지 않고 소외시킴을 드러낸다. 세계대전과 같은 역사적인 이유로 지역공동체의 결속을 필요로 하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었는데, 매스미디어가 그런 역할을 한 것이다. 즉, 지역공동체를 위해서는 새로운 미디어가 필요하다.

03 커뮤니케이션 하부구조 이론 챕터에서는 주민들에게 지역공동체를 경험 시키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인프라가 중요함을 역설한다. 거대한 공동체에서 매스미디어의 인프라를 필요로 했던 것처럼 말이다. 커뮤니케이션 하부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우선 커뮤니티 스토리텔링 네트워크로 지역공동체의 스토리텔러가 연결되어야 한다. 또 지역공동체 내에서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항들은 도시 내의 지역공동체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러니 도시라고 마을미디어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저자는 판단하고 있다. 상당수 도시를 기반한 지역공동체의 미디어인 마을미디어에서 위의 조건을 고려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마을미디어의 뿌리 – 대안언론, 지역언론, 공동체미디어

마을미디어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대안언론, 지역언론, 공동체미디어 같은 이름을 대면 그나마 무엇인지 이해하는 일도 종종 있다.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이 미디어들은 실제로 마을미디어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를 공유하고 있다. 04 ‘대안’에 대한 갈증 챕터부터는 이러한 미디어들을 해외와 국내의 역사를 들어 설명한다. 해외에서는 68혁명 이후 주요하게 떠오른 청년, 환경, 여성, 생태 등의 주제들이 주류에 맞서는 ‘대안’을 구성했으며, 그러한 주제들 중 하나가 지역공동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시작된 지방자치의 흐름이 있었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 대안언론, 지역언론, 공동체미디어와 같은 미디어들이 존재한 것이다.

대안언론은 주류 언론에 대한 비판으로서 시작되었는데, 독일에서는 안티슈프링어 운동이, 한국에서는 안티조선 운동이 주요한 사례로 꼽힌다고 책은 밝힌다. 이는 지역언론의 설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들 언론에서는 주류 언론의 원칙인 객관 저널리즘을 비판하며 ‘당사자 보도 저널리즘’을 내세운다. 주민 당사자의 목소리를 강조하는 마을미디어의 성격 또한 이러한 비판에 기인할 것이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지역언론 붐은 한차례 사그라들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독재정권의 탄압과 이어진 IMF 경제위기 등으로 더 큰 힘겨움 속에 있다.

공동체미디어는 라디오와 영상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는데, 매체가 어떻든 대안언론의 대항적 정신을 공유하고 있으며 대개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있다는 점에서 앞의 미디어들과도 유사한 점이 있다. 해외에서 공동체라디오는 70년대에 전성기를 맞았고, 디지털 전환과 인터넷 환경의 영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파수를 가진 공동체라디오가 7곳에 불과하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는 정책의지의 부족과 수요 부족 때문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마을미디어의 상당수인 ‘마을공동체라디오’는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영상 기반의 공동체미디어는 해외의 비디오 액티비즘, 퍼블릭 엑세스, 미디어센터들로부터 그 기반을 찾을 수 있고 우리나라에도 규모는 작을지언정 각기 도입되어 있다. 미디어로 기반하여 이루어진 다양한 행동과 제도의 변화로부터 마을미디어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이러한 것들을 마을미디어보다 먼저 존재했던 마을미디어의 뿌리들로 생각할 수 있다면, 마을미디어의 현재와 미래 또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흥미롭게도 또 하나의 대안적 흐름으로 볼 수 있는 소셜미디어나 1인 미디어에 대해서도 다룬다. 실제 이러한 미디어들이 오늘날 지역을 기반으로 하여 공동체에 유리한 방식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책에 따르면 이러한 미디어들의 부작용 또한 나타나고 있다. 소셜미디어나 1인 미디어와 유사하지만 다르기도 한 마을미디어가 이들 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할지, 어떤 차별점을 가지고 있어야 할지를 고민해볼 수 있겠다.

 

다시 한번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마을미디어가 뭐예요?” 누군가는 지방자치의 일환으로서, 누군가는 대안언론과 지역언론이라는 흐름으로서, 누군가는 공동체미디어의 역사로서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에 답하는 당신에게 마을미디어가 어떤 맥락 속에 있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마을미디어가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에는 지역공동체의 역사적 필요성, 미디어와 관련된 운동들이 가지고 있었던 문제의식, 소셜 미디어와의 차별점 등으로 답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이에 뒤이어 질문이 들어온다면, 그 질문의 답은 이 책에서 찾아내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대화를 그만큼 이어갈 수 있다면 그걸로도 이 책의 기능은 충분하지 않았을까. 그러한 이유에서 이 책 또한 활용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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