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인터뷰]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3회 – 미디어협동조합 김재현 이사장 <2부>


[편집자 주] 2017 마을미디어 성과모델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매체 형태의 마을미디어 15곳의 성장과정을 정리해본다. 이 프로젝트의 인터뷰어는 창신동라디오덤 조은형 국장이 맡았다. 1회 강북FM, 2회 강서FM에 이어 3회 인터뷰 대상은 마을미디어 중 드물게 영상매체 형태로 운영 중인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이다. 와보숑 김재현 이사장과의 인터뷰를 1, 2부로 나눠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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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라디오덤 팟캐스트

http://www.podbbang.com/ch/4565?e=22397876

 

 

▲김재현 (와보숑)

 

수익사업과 마을방송 사이에서……연차만큼 쌓여가는 고민을 덮고, 또 덮고

 

조은형 (창신동라디오덤 방송국장, 이하 조) : 그렇다면 힘든 이야기를 해볼까요? 사실 새삼스럽게 다가오지 않으나 듣는 분들은 새삼스러울 수 있는 위기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김재현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이하 김) : 강북FM 김일웅 선생님 방송을 들었는데, 매체로서 가장 중요한 건 지속적인 콘텐츠 제작이라고 하셨잖아요? 근데 저희가 그게 안 돼요. 정기적으로 나가줘야 하는데, 성북마을뉴스하면서 드는 고민이 뭐였냐면, 촬영과 편집이 2주 걸리는데 이게 뉴스가 맞느냐는 거에요. 그런 의미 없는 걸 굳이 만들어야 하냐는 것. 그러면 꾸준히 만들 수 있는 방법, 매체로서의 위상을 갖기 위한 방법은 뭔가 고민이 드는 거죠.

 

또 하나는 어쨌든 법인체로서의 지속가능성을 갖기 위해서는 마을미디어 지원사업만 가지고는 안 되니까 수익사업이 필요한데, 수익사업을 하다보니까 마을미디어 하자는 사람들이 몰려가면 마을사업을 못 하는 거죠. 다른 사소한 것들도 고민이 돼요. 구청에서 영상 제작 의뢰가 오면, 예컨대 30만원 준다고 하면 우리는 괜찮은데 이 금액이 고착화될까봐 무서워요. 다른 곳에도 이 금액으로 얘기할까봐. 또 벌어놓은 금액을 각기 역할이 다른 분들께 어떻게 나누어 드려야하냐는 고민도 돼요.

 

그리고 상근자에 대한 처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거 굉장히 문제예요. 상임이사님이 상근을 하시는데 뉴딜일자리 청년활동가보다 더 적은 금액을 받아요. 내년 최저시급이 올랐는데 이걸 어떻게 맞추지 하는 고민도 있고요. 운영도 그렇고 콘텐츠의 문제, 마을미디어로서 어떻게 잘해볼까 하는 문제, 마을미디어의 벽을 극복하는 문제……. 고민만 하고 또 덮고 이러고 있어요.

 

조 : 쭉 들어보니 자체적으로 보상이 되는 시기가 있었다면, 보상이 될 만한 자원을 만들기 위한 활동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작은 변동이라고 생각했는데 고민거리는 엄청나죠. 아무리 작더라도 자원이 들어오면 어떤 것이 공정한 자원의 배분인가를 놓고 각자를 다 드러내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또 자원이 너무 적죠.

 

김 : 지금까지 큰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사람을 영입하면 다를 수 있어요. 내부 규칙이나 규약이 있어야 하고, 관련해서 연구용역도 했었는데 사례가 없어서 나름대로는 하고 있는데 잘 안 되네요.

 

조 : 어쨌든 이 상황에서 마을미디어 중에 영상 지속적으로 하면서 고민을 앞에서 해내가는 곳인지라 응원을 보탭니다.

 

▲왼쪽부터 김재현, 조은형(창신동라디오덤)

 

라디오만 만만하다고? 영상도 만만하다! ……중요한 건 시간과 의지!

 

조 : 일반적으로 궁금해 하실 것들이 있는데요, 영상에 대한 호감도는 높잖아요? 라디오보다는 영상에 익숙한 세대이기도 하고. 그런데 마을에서 영상 활동을 하려면 걱정되는 게 장비, 기술력, 그 다음에 장소도 고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간도 엄청 많이 들 것 같은데 어떤가요?

 

김 : 일단은, 저도 영상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에요. 전공자가 아니고 하면서 시작한 사람인지라 기술 고민은 안 하셔도 돼요. 그보다는 이걸 해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재미를 붙이셨으면 좋겠고, 장비 얘기하셨는데 장비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나 각 지역 미디어센터나 빌리면 돼요. 저희는 처음에 구청에서 캠코더 빌려서 했고, 각자 있는 핸드폰으로도 촬영은 가능해요. 편집기술도 높은 것 요구하지 않아요. 저도 이전엔 듣도 보도 못한 파워디렉터라는 기초 초보자 프로그램 써서 아직도 편집하고 있어요. 누구나 하실 수 있어요. 고급지게 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조 : 스마트폰이 화질이 좋아져서 촬영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참 중요한 이야기네요. 그래도 취재 나갈 때 무시당하고 싶지 않다면(!) 가까운 미디어센터에서 카메라를 빌릴 수도 있고 편집도 어렵지 않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럼 공간은요?

 

김 : 저희도 공간 때문에 논란이 많았는데, 처음에는 성북구 사회적경제센터 회의실 빌려서 모였어요. 그러다가 찻집으로 변경하고……. 생각보다 공간은 중요하지 않아요. 라디오와는 다르게. 저희는 촬영 어떻게 했나 편집 어떻게 하나 물어보고 카톡으로 같이 보고 수정하고 이렇게 하면 되는 거라. 그래도 사무실을 얻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쓰고 있지만, 상근자 업무나 행정 업무만 하고 나머지는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에서 하죠. 그나마 사무실에 블루스크린 한다고 벽에 파란 거 붙여놓은 정도예요.

 

조 : 중요한 요소는 어떻게 보면 시간과 의지겠어요.

 

김 : 시간과 의지와 사람이죠. 적재적소에 촬영을 하고 약속된 장소에서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유와 의지가 있어야 해요. 라디오는 그냥 시간 맞춰 오셔서 녹음하고 가시면 되는데 저희는 그 시간 그 장소에 그 때 가야 하니까. 그렇기 때문에 동네에서 행사를 하나만 하는 게 아니고 여러 행사가 있는데 그 중에 선별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고, 인터뷰를 하러 간다고 하면 그 분의 내용을 사전에 협의해야 하고. 그래서 사람이 많이 필요해요.

 

조 : 일단 많은 분들이 참여하는 참여자 풀이 있으면 그 중에서 시간 맞는 분들이 생길 수도 있겠네요.

▲김재현 이사장

공익 성격의 마을미디어 활동……우리가 왜 ‘자립’ 고민해야 하나

 

조 : 그러면, 이야기하셨던 것 중에 자립과 수익에 대한 고민이 보였는데, 그런 고민은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으신가요?

 

김 : 당연히 못 풀고 있죠. 다만, 고민이 되는 건, 자립이라는 문제를 도대체 누가 문제제기를 하고 있나? 하는 거예요. 자립을 요구하는 건 우리가 아니에요 솔직히. 그건 공무원, 서울시가 요구하는 거 아닌가요? 왜 자립이 안 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는 거죠. 저도 회사 다니고 있는데, 3년 버티는 회사가 많지 않아요. 그런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장사하는 것도 아닌데 자립하라고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 자립의 개념도 애매하죠. 어떤 회의에 갔더니 너희들 좋아서 하는 일에 왜 세금이 들어가야 하냐고 하는데 이게 우리 좋다고 하는 일인가요?

 

조 : 취미로 하는 미디어활동과 마을미디어는 다르다는 말씀이시죠.

 

김 : 좋아해서 하는 일이라고 해도, 배드민턴장도 다 지어주잖아요. 자립하라고 하는 게 저희가 많이 지원받을 때는 1년에 2천만원 받았는데 한 사람 1년 연봉도 안 돼요. 2천만원 받는다고 큰 돈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달에 150만원 되는 돈으로 제작하고 공간 운영하고 단체 운영하고……. 저는 그걸 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고요. 수익사업 저희도 하지만 구청이나 서울시에서 외주 제작 주문하시면 저임금 박봉으로 주문하면서 자립하라고 하시거든요. 말이 되나요?

 

조 : 개구진 얼굴의 반짝이는 이야기부터 아주 진지하고 뜨거운 분노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김 : 자립의 문제는 사실 관에서 제기하는 어젠다이고 프레임인데 저희가 자립해야지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무 갇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자립 노력은 해야 하죠. 동작FM은 마을활동도 많이 하고 다른 수익사업을 전개하는 모범적 사례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모든 단체에 일관되게 적용하고 자립을 해야 한다는 일방적 프레임을 제시하는 게 맞는지 고민을 해야 돼요.

 

조 :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마을미디어 사업이 공모사업의 형태로 진행되는데, 이게 매 해 새롭게 경쟁을 해서 비슷한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 중에 뽑혀야 하고, 그렇게 하는 이유는 아직은 마을미디어의 공익성에 대한 게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얘기도 되겠네요.

 

김 :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 중에 마을미디어 사업이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는데 왜 자꾸 예산을 깎나 모르겠어요. 너무 정치적 발언인가요?

 

조 : 여러 정책적 선택이 있겠지만, 활동 현장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할 의무가 우리에게는 있는 것 같아요. 내적인 동기를 찾은 사람만이 지속할 수 있을 만큼 활동에 외적 보상이 없는 상황이고, 이것을 모든 이에게 요구할 수는 없기에, 만만하지 않은 활동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네요. 나 개인이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미치게 되는 영향이 있다는 것은 이미 증거가 많죠. 또 다른 취미활동과 같다고 하기에는 너무 많이 품이 들어요. 관에서 마을미디어, 공동체미디어의 공공성에 대한 이해를 할 필요가 있겠어요. 우리가 이걸로 인해서 느끼는 기쁨이 크다고 해서 우리가 하는 노동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모르겠네요. 이 한 몸 부서지게 바치는 걸로도 해결되지 않는 운영능력을 요하고 심지어 수익사업까지 해야 하는 건 과도하죠.

 

김 : 공익사업하면서 돈 벌라는 게 말이 되나요. 저는 마을미디어 사업을 하면서 직장 다니는데 양립해서 하는 게 굉장히 어려워요.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서 전업으로 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이 계신데 그런 분들은 너무 많은 희생을 하고 계세요. 그런 희생을 발판으로 마을미디어 하고 계시는데 왜 인정 안 해주시면서 자립을 하라고 하나요? 서울시에서도 좀 알아주셨으면 해요.

 

▲왼쪽부터 이세린(정리), 정은경(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김재현, 조은형, 박준만(창신동라디오덤)

 

 

뉴딜일자리 안정적 지원 필요

 

조 :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 와보숑에 필요한 것. 활동가들에게 필요한 게 있을 수 있고, 단체에서 필요한 게 있을 수 있고, 지역사회의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무엇일까요?

 

김 : 뉴딜일자리 청년활동가 지원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사실 월에 150만원에 활발한 활동을 해야 할 나이에 여기서 활동하라는 것도 민망한 일이에요. 여기서 전망을 가지라고 하는 것도 민망하죠. 1년도 아니고 10개월 일하고서 퇴직금도 안 주는 이런 곳에서 말이에요. 또 매년 새로 뽑아야 하잖아요. 그런 게 안타깝고, 장기적으로 보자면 마을미디어 비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걸 하면서 나의 전망을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것. 활동하시는 분들 보면 취직이 안 되어서 하거나 여길 발판으로 삼아서 다른 데로 가거나 활동하다가 더 좋은 조건 생기면 옮겨가야 하는 것이 있죠. 그런 친구들이 여기서 전망을 가질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조 : 지역사회에서 와보숑이 이런 걸 해주면 좋겠다는 건 있을까요?

 

김 : 그런 것들이 안타까운데, 개인적으로는 직장과 마을미디어를 병행하다보니 마을 이야기에 깊이 있게 들어가고 풀어주는 게 안 되는 것 같아요. 직장이 송파구다보니까 와서 방송만 만드는 꼴이라는 생각이 들고, 사람이 부족하니까 마을과 호흡이 안 되고 영상 기록만 해주는 것 마냥 되는 게 안타까워요. 마을에서는 우리가 기록을 남겨주고 여론을 확산시키기를 기대할 텐데 그게 잘 안 되어서 아쉬워요.

 

조 : 강서FM도 비슷한 고민을 하신다고 하셨는데, 저도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면서 지역 네트워크 회의, 각종 행사에 쓰는 시간이 90퍼센트 이상이고 라디오는 10퍼센트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지역사회의 상황을 읽으려면 전업적으로 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죠.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상근활동가가 필요한 이유를 이해해서 미디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놓친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김 : 와보숑이 앞으로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제가 꾸는 꿈은 그거예요. 와보숑에 오면 우리 동네 이야기를 다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 동네 모든 이야기가 와보숑에 있다면 와보숑에 오지 말라고 해도 사람들이 올 거예요. 마을미디어에 서울시에서 일어난 일들의 모든 게 있다면,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모이면 서울시에서도 저희 매체를 우습게보지 않을 거예요. 매체 영향력이 커지니까요. 그렇게 되는 게 저희 비전입니다. 감사합니다.

 

 

– 끝 –


정리: 이세린

사진: 박재경

녹음·편집: 박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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