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기획] 성과모델 인터뷰 중간 갈무리 <2부> – 마을미디어 활성화 조건, 세 가지만 꼽자면


 정은경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1부에서 계속

 

“이 다음은 뭐지?” “이제 우리 뭐해야 되지?”

 

성과모델 인터뷰에 응한 마을미디어 단체들은 이제 마을미디어에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의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시도는 다 해봤고 더 큰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으면 이제 더 이상의 확장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마을미디어 질적 도약을 위해 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외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1> 상근활동가 인건비 <2> 콘텐츠 유통 지원 <3> 공간 및 장비 지원 세 가지로 나눠봤다.

 

외부해결 과제 <1> 상근활동가 인건비

 

▲창신동라디오덤 조은형 국장 

 

마을미디어에서 제일 중요한 조건은 두 번, 세 번 물어도 역시 사람이다. 그 중에서도 조직의 실무를 담당할 운영담당자 등 상근활동가에 대한 안정적, 현실적 인건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단체 운영담당자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서울시 뉴딜일자리 지원사업으로 마을미디어 16곳이 지원을 받고 있지만 10개월 단위의 단기 일자리이고 2년 연속 사업으로 가능한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왜 세금으로 단체의 활동비를 지원해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을미디어가 지역 사회에서 주민들의 자기표현과 소통을 독려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공론장으로 기능하는 공적 역할을 고려한다면 활동경비 지원 요구가 어색하지만은 않다.

 

성과모델 인터뷰에서 고정 인터뷰어를 맡고 있는 창신동라디오덤 조은형 국장은 “마을미디어 활동으로 인해서 느끼는 기쁨이 크다고 해서 우리가 하는 노동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건가”라며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 월에 150만원 받으면서 활발한 활동을 해야 할 나이에 여기서 활동하라는 것도 민망한 일이에요. 여기서 전망을 가지라고 하는 것도 민망하죠. 1년도 아니고 10개월 일하고서 퇴직금도 안 주는 이런 곳에서 말이에요. 또 매년 새로 뽑아야 하잖아요. 그런 게 안타깝고, 장기적으로 보자면 마을미디어 비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걸 하면서 나의 전망을 가질 수 있겠구나 하는 것. 활동하시는 분들 보면 취직이 안 되어서 하거나 여길 발판으로 삼아서 다른 데로 가거나 활동하다가 더 좋은 조건 생기면 옮겨가야 하는 것이 있죠. 그런 친구들이 여기서 전망을 가질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김재현 이사장)

 

물론 상근활동가의 문제는 단순히 활동비 지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마을미디어 상근활동가로서 갖춰야할 다양한 역량에 대한 교육, 주제별 컨설팅 등도 외부에서 지원이 되어야만 한다.

 

▲미디어협동조합 와보숑 김재현 이사장

 

외부해결 과제 <2> 콘텐츠 유통 지원, 특히 안정적 송출시스템 확보

 

마을미디어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마을라디오 단위들은 서버 문제로 몇 년째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을라디오 대부분이 사용하던 ‘아이블러그’라는 업체가 지난 2015년말 갑자기 문을 닫으면서 급하게 서버를 옮겨야 했고, 그 뒤로 옮겨간 서울시 제공 ‘라이브서울’ 서버는 사용의 불편함, 불안정성 때문에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단체는 팟빵 무료서버를 이용하지만 민간 업체라 언제 유료화 될지 모르기도 하거니와, 그보다 문제는 rss 비공개 정책 전환으로 인해 팟빵 서버에 올리는 콘텐츠는 팟빵에서만 들을 수 있게 장막을 쳤다는 점이다. 서버 문제는 마을라디오만의 문제는 아니며 영상매체, 인터넷서비스를 겸하는 신문잡지에도 해당되는 이슈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마을라디오들의 가장 큰 숙원 사업은 소출력 지상파 FM 주파수를 받는 것이다. ‘요즘 시대에 무슨 아날로그 라디오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동작FM 양승렬 국장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스마트폰이 없거나 인터넷사용이 어려운 분들껜 팟캐스트는 그림의 떡이에요. 소형 라디오 수신기만 있으면 들을 수 있는 공중파 방송이 필요하고, 그때 비로소 지역 사회에서도 동작FM을 ‘방송국’이라고 확고하게 인식할 수 있을 거예요. 동작구·서초구·관악구는 현대HCN이 케이블방송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여기 시청률 얼마 안 나오거든요. 그렇지만 채널이 있기 때문에 위상이 있어요. HCN 카메라가 뜨면 공무원들과 주민들 태도가 달라져요. 방송국이 왔다고 생각하는 거죠. 동작FM은 마이크를 가지고 가도 방송국이라고 인식하기 어렵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주파수 부여의 장점과 관련해, 창신동라디오덤 조은형 국장은 “동 시간대 불특정 다수가 청취할 수 있다는 게 메리트”라고 말한다. 다시듣기 위주의 팟캐스트로는 여론을 형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동작FM 양승렬 방송국장

 

외부해결 과제 <3> 공간 및 장비에 대한 장기 임대 지원

서울시 마을미디어 단체 중에 가장 시설을 잘 갖추고 있는 곳은 성북마을미디어지원센터이다. 라디오 스튜디오는 보이는 라디오 제작도 가능하고, 영상 스튜디오는 녹화 중 바로 편집이 가능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공간 및 장비가 구축되어 있는 데다 이를 관리하는 상주 인력까지 있다 보니 영상토크쇼 등 다양한 제작 실험이 가능하다.

 

다른 개별 단위의 마을미디어들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2014, 2015년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공간 리모델링을 지원 받은 동작FM, 가재울라듸오, 창신동라디오덤, 강북FM을 제외하고 용산FM, 강서FM 등은 자체적으로 스튜디오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마을미디어 사업에서는 공간 지원 사업이 별도로 없고 대부분 자체적으로 회원들이 십시일반하여 공간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부 지원의 장단점이 있기는 하겠으나 마을미디어의 공적 역할을 고려한다면 서울시가 장기임대 보증금을 지원해주는 등의 방법으로 참여자들의 안정적 활동을 지원할 수 있지 않을까. 장비 역시 대여를 위해 오가는 비용을 줄이고 주민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녹음과 편집을 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가 고정적으로 구축되어 있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시설이 구축되어 있다면 이를 활용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교육 의뢰나 임대 사업 같은 것으로 자체 수익을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동작FM 스튜디오

 

내부해결 과제 – 신규 참여자 찾기, 조직, 네트워크

 

물론 외부 지원만 기다리고 있어서 될 일은 아니다. 마을미디어 단체 내부적으로 감당해야할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그 중에서도 사람을 조직하는 일은 누군가 대신해줄 수 없는 과제이다.

 

상근활동가로 함께 일할 인적 자원을 찾아내고, 교육 및 방송 참여자들을 지속적으로 새로 발굴해내는 것, 단체의 운영에 재정적으로 도움을 줄 후원자를 조직하는 일, 지역의 다양한 단체들과 네트워킹 하는 것 등은 모두 내부의 과제다.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인터뷰는 앞으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마을미디어뻔, 은행나루마을방송국, 창신동라디오덤, 라디오금천, 가재울라듸오의 고민도 함께 들어보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보면 좋겠다.

▲강서FM 김지혜 국장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꿀팁 공유해요

#시즌제 #주1회3개월 #공개방송 #잔치를_여세요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인터뷰에서 단체 운영담당자들은 참여자들이 지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고 있었다. 먼저 강북FM은 시즌제를 활용한다. “언제까지 해야할까” 생각하면 막연할 수 있지만 3개월만 하고 한 시즌을 마무리한다고 생각하면 참여자들에게는 동기 부여가 되고, 단체 입장에서는 검증된 콘텐츠를 지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드도 시즌제로 많이 나오잖아요. 콘텐츠 형식은 같은데 간격을 두고 참여자가 바뀌는 거죠. 저희는 <동화보따리>와 <라디오극장>을 시즌제로 운영하고 있어요. <동화보따리>는 2014년에 교육받은 분들이 시작한 방송이에요. 20회 하고 그만 두신다는데, 그만두기엔 아까워서 시즌2 참여자를 모집해서 진행했어요. 동화 읽어주는 방송은 마을미디어들이 기본적으로 가져가는 콘텐츠기도 하고, 젊은 엄마들이 활동해주시니 계속 가져가도 될 거 같아요. <라디오극장>은 라디오드라마 하는 데가 당시 거의 없었기에 지속적으로 가져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엔 작가까지 모집해서 시즌3을 준비하고 있어요. 방송국 입장에서 보면 검증된 콘텐츠인 거죠. 시즌제는 참여자를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식인 거 같아요. 다른 곳에서도 시도해보시길 권해요.”(강북FM 김일웅 총괄PD)

강서FM은 ‘빡세게’ 방송을 돌리는 편이다. 방송을 한 번 시작하면 무조건 3개월은 해야 하고 주기는 일주일, 아니면 격주간으로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간혹 “한달에 한 번만 하면 안되요?”라고 묻는 참여자가 있지만 강서FM 김지혜 국장의 대답은 언제나 “노!”이다. 적어도 격주에 한번은 해야 방송이 는다는 것이다.

“방송은 매주, 격주로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어요. 한 달에 한 번? 하지 말라고 해요. 취미 생활 정도로는 미디어 활동이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강서FM 김지혜 국장)

김 국장이 참여자를 오래 유지시키는 또 하나의 비결은 ‘공개방송’이다. 보통 마을미디어 단체들은 교육 수료 시에 수료방송 형식으로 공개방송 이벤트를 하곤 하는데 김 국장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참여자들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을 때 이벤트를 열어드리고 한번 행사를 하면 최소 100명 이상은 관객을 모아 방송 참여자들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마지막으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비결은 ‘잔치’다. 연 2회 <성북동 사람들의 마을이야기>를 발행하는 성북동천은 발간 때마다 ‘잔치’를 연다. ‘잔치’라고 부르는 이유는 단순히 발간기념 행사 차원이 아니라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끼리 모여 음식을 나누고 소소하나마 공연팀을 불러 여흥을 즐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활동을 매듭지음으로써 다음 호 제작에 대한 에너지를 받는다.

“말 그대로 잔치에요. 책만 덩그러니 놓고 끝내지 않고, 먹고 마실 걸 풍성히 준비해놓고 잡지 구절도 읽고 공연도 보며 여흥의 시간을 보내는 거죠. 이 시간이 공동체성을 만들고 다지는 데 중요한 요소라 생각해요. 전통사회에서도 그렇잖아요. 추수 직전 곡식이 무르익는 시기에 한가위 명절이 있고, 농한기엔 먹고 즐기며 관계를 촉진하는 의례가 있지만 도시는 이게 단절되어있어요. 참여자분들도 좋아하시고, 저 역시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즐거워요.” (성북동천 김기민 편집위원장)

라디오 활동의 경우 꾸준히 회차가 거듭되어서 매듭짓기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 강북FM 김일웅 총괄PD가 제안한 ‘시즌제’ 형식을 도입한다면 매 시즌을 마무리할 때마다 ‘잔치’를 열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단, 잔치를 준비하느라 운영자가 지치지 않도록 너무 자주 열지는 않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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