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인터뷰]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13회 –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1부>

[편집자 주] 2017 마을미디어 성과모델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매체 형태의 마을미디어 15곳의 성장과정을 정리해본다. 이 프로젝트의 인터뷰어는 창신동라디오덤 조은형 국장이 맡았다. 1회 강북FM, 2회 강서FM, 3회 와보숑, 4회 동작FM, 5회 성북동천, 6회 용산FM, 7회 마을미디어 뻔, 8회 은행나루마을방송국, 9회 창신동라디오덤, 10회 라디오금천, 11회 가재울라디오, 12회 노원유쓰캐스트에 이어 13회 인터뷰 대상은 남산골해방촌이다. 배영욱 발행인과의 인터뷰를 1, 2부로 나눠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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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FM 팟캐스트 http://www.podbbang.com/ch/7604?e=22492553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만난 열세 번째 대표선수는 마을잡지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이다. 도시설계사로 일하는 배영욱 발행인은 서울 곳곳을 전전하던 중 해방촌을 만났다. 다양성과 역사가 살아있는 이곳에 푹 빠졌고, 해방촌의 매력을 탐구하고 싶은 마음에 잡지를 만들게 되었다. 해방촌 주민이자 해방촌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생판 모르던 사람들과 만나 잡지를 발행한 지 어느덧 6년. 그러나 여전히 궁금한 게 많고, 하고 싶은 말도 가득하다.

 지역 내 수많은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해방촌은 자유롭고 다양한 이들이 한데 모여 매력을 발산한다.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것이 바로 <남산골해방촌>이다. 배영욱 발행인의 설명에 따르면 느슨하게 참여할 수 있는 동네 동아리 같은 모임이라지만, 한 편으로는 치열한 모임이기도 하다. 이들을 엮어준 해방촌은 어떤 곳일까. 오늘도 해방촌을 달리는 도시설계사, 배영욱 발행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도시설계사, 해방촌에 빠지다

조은형(창신동라디오덤 국장, 이하 조): 용산 지역 마을잡지 <남산골해방촌>을 6년째 발행하고 계신데, 먼저 잡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배영욱(남산골해방촌 발행인, 이하 배): 2012년 첫 호를 발행했고, 6년 동안 열두 권의 잡지를 만들었어요. 얼마 전엔 발간 파티와 전시회를 했고, 현재 열세 번째 잡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동네에 포스터를 붙여 함께 할 사람을 모집했어요. 생판 모르던 사람들이 모여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동네 동아리 같은 모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 인터뷰를 진행 중인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창신동라디오 덤 조은형 국장. 

조: 어떻게 그렇게 용감하게 시작하셨어요? 보통 주변 지인들을 알음알음 모아 시작하곤 하는데요.

배: 저는 신도시를 만들고 도시재생 사업을 하는 도시설계사로 일하고 있어요. 서울 여기저기를 전전하다 해방촌에 매력을 느꼈죠. 꾸준히 관찰하다 해방촌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워낙 많아서 아예 잡지를 만들자고 결심했어요. 회사 사람들이 아닌,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피드백 받고 싶었고요. 그 시기에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들어가며 과제로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 도시설계사로 일하시다 보니, 전문가적으로 접근한 게 인상적이네요. 해방촌의 매력을 규명하고 싶었다는 점도 인상적이고요. 해방촌과 사랑에 빠지신 거네요.

배: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이전엔 사당동에 살았는데, 회사에서 일하고 집에서 자고 차로 둘러싸인 골목을 돌아다니는 게 다였어요. 정말 베드타운(bed town)이었죠. 근데 해방촌 길가는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고, 이를 가꾸어가는 사람들이 보였어요. 신도시 만드는 일을 하다보니까, 해방촌에 어떤 원인이 있어서 이런 게 가능한지 궁금했어요. 해방촌의 특이한 매력을 나누고 싶어 동네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고, 이걸 계속 발굴하고 싶었죠.

조: 잡지를 정독하고 싶어지네요. 명확한 촉으로 해방촌의 매력을 찾아내고, 이를 언어화하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해방촌의 특징을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배: 해방촌은 1인 가구가 많은 곳,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알려져있지만, 해방촌을 가꿔온 분들은 사실 이곳에 오래 살아오신 분들이에요. 눈이 오면 어르신들이 일찌감치 길을 정리하시고 사시사철 집앞 화분에 그 계절의 꽃을 심으셔요. 또, 이곳에 사는 외국인들은 개인 생활을 밖으로 드러내는 데 개의치 않아요. 옥상에서 바비큐 파티하고, 베란다에서 책 읽는 게 자유롭죠.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어르신들이 배타적이지 않은 게 인상적이었어요. 깊숙이 들어가면 배타적인 면모가 있기도 하지만, 서로의 생활을 용인하는 문화가 쌓여왔다는 게 느껴져요. 처음 잡지를 뿌릴 때 ‘얘네는 뭐야’ 싶으셨겠지만 이젠 그러려니 하시고 이것저것 질문하면 신나게 답변해주셔요.

 

거침없는 참여자 모집! 해방촌을 사랑하는 10명이 모여 시작

조: 거침없이 사람을 모으셨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요?

배: 잡지는 혼자 만들기 어렵잖아요.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는 있었지만, 인쇄나 출판 과정은 생소했어요. 그렇지만 해방촌이 궁금하고, 재밌고, 좋고, 밝혀내고 싶은 욕망이 있으니 대학 동아리처럼 모집하면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동네에 포스터를 붙이니 함께 할 사람들이 나타났어요. 인쇄비는 회사에서 지원을 받았고, 마침 박원순 시장님이 마을공동체 사업을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덕분에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죠. 시작도 어렵지 않았고, 활동해 나가는 데 물리적, 재정적으로 어려움은 없었어요.

조: 동네에 애정을 느끼고 탐구하고 싶다고 생각을 전환한 힘, 거침없이 포스터 붙이고 사람을 모집한 에너지가 특이하게 느껴져요.

배: 해방촌에 그런 분위기가 있어요. 처음 이사 왔을 때 ‘수유너머’가 근처에 있었는데, 사진클래스 등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빈집’이라는 공동체를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하고 싶은 걸 시도하면서 살 수 있구나, 싶었죠. 뭐든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동네 분위기에 발맞췄을 뿐이에요. 대학교 때 유니텔 동호회를 한 경험이 있어서 마음 맞는 사람을 모으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조: 성공적이고 즐거운 공동체 경험이 있으셨네요. 신청하실 때 어떤 분들이 신청했나요?

배: 다양한 사람이 신청했는데, 잡지라는 매체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다가오신 거 같아요. 동네 여기저기에 참여자 모집용 포스터를 예쁘게 만들어서 붙였는데 연락이 오더라고요. 10명 정도가 모였는데 신기하고 재밌어서 엄청 자주 모였어요.

조: 참여자분들은 어떤 동기로 함께 활동하신 건가요?

배: 잡지 제작에 대한 로망이 있는 분들이었고, 지역 활동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았어요. 마침 포스터를 보고 함께하게 된 거죠. 문화 활동에 도움이 되고 싶다, 나 이런 재주 있으니 함께 하자고 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무엇보다 해방촌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같이 작업하게 되었어요. 초기엔 전 세대를 아우르겠다는 포부를 품었지만 포스터 분위기도 그렇고, 이메일로 신청을 받은지라 이에 익숙한 젊은 분들이 함께하게 되었어요. 글 쓰는 건 어렵지만 동네 정보를 잔뜩 들고 회의 참석하시는 어르신도 계셔요.

 

두세 달 수다 떨며 기획 회의, 기사는 각자 작성! 선명한 기승전결이 특징

조: 회의를 많이 하는 편인 거 같은데, 작업과정이 궁금해지네요. 편집인을 중심으로 돌아가나요? 아니면 공동 작업으로 진행되나요?

배: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기자를 모집해요. 발행인, 편집인, 디자이너 등 역할은 다양하지만요.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수다를 떨어요. 정말 부담 없는 수다에요. 기사 써야 하는 타이밍인데 뻔뻔하게 계속 수다를 떨어서 많이 늘어지긴 해요. 이 시간을 줄여야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하겠지만, 중요한 시간이라고 봐요. 이 시간을 통해 해방촌의 이슈가 모이거든요. 서너 개를 모아 특집 혹은 주요 기사로 배치하고, 대략 10편 정도의 글로 잡지를 완성합니다. 부담 없이 언제든 시간만 맞으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지향해요. 물론 디자인 들어갈 땐 일에 집중합니다.

▲ 지금까지 발행된 남산골해방촌 간행물의 모습

조: 석 달 정도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중요하다는데 공감해요. 수다를 거쳐 단편적인 생각들이 정리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잡지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성과가 명확히 보이고 단계적으로 선명한 기승전결이 있다는 건데, 덕분에 조직이 유지될 수 있는 거 같아요. 팀 작업의 느낌도 강하고요. 라디오는 대본 쓰는 분들이 상의하면서 구성하지 않고 보통 혼자 쓰거든요.

배: 회의는 팀으로 하지만 글은 각자 써요. 글을 돌려 읽으며 의견을 나누지만, 수정은 필자의 고유권한으로 남겨둡니다.

 

<남산골해방촌>은 동네 동아리 같은 모임…부담 없어야 지속할 수 있다

조: 초기 멤버 10명이 계속 유지되고 있나요?

배: 처음에 시스템도 없이 작업했고, 차차 안정화된다고 느낀 게 4호를 발간할 즈음이에요. 오히려 시스템이 안정되니까 시들시들해지더라고요. 취업이나 어학연수 등의 이유로 멤버들 교체되어서 매 호 신입 기자를 뽑았어요. 대부분 3~4호씩 연달아 꾸준히 참여해주고, 결혼 전까진 할 수 있다고 하기도 하고요(웃음). 지금까지 남은 초기 멤버는 3명 정도에요. 잠수 타는 경우도 있지만 같이 못 하는 친구는 투고를 해주기도 하고, 지원과 지지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조: 초기 멤버와 신입 멤버가 섞여 있는 구조네요. 거의 매주 일요일 모이는 게 만만치 않은 거 같은데, 모임이 유지되는 비결이 뭘까요?

배: 정말 부담 없이 친구 만나듯 만나기 때문이 아닐까요? 시간이 안 되면 듬성듬성 나올 수도 있고, 같이 밥 먹는 정도로 생각하고 나오는 거죠. 멤버들이 할 수 있는 만큼 일을 하고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서로의 역량이 모여 잡지라는 뿌듯한 성과물이 탄생하는 그 과정이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던 동력이라고 봅니다.

▲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조: 긴 호흡으로 가려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어느 정도인지 인식하는 게 중요하죠.

배: 공간 욕심이나 사람 수를 늘려 조직력을 갖추자는 욕심은 없지 만, 결과물에 대한 욕심은 있어요. 구성원 모두 고퀄리티를 지향해요. 온라인 배포도 계속 고민 중이에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 바로 실행할 수 있으면 하는 건데, 못하겠고 몸이 안 움직이면 아직 준비가 안 된 건가 싶어요.


2부에 계속>>

정리: 김푸른
사진: 김용욱
녹음·편집: 김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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