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인터뷰]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13회 –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2부>

[편집자 주] 2017 마을미디어 성과모델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매체 형태의 마을미디어 15곳의 성장과정을 정리해본다. 이 프로젝트의 인터뷰어는 창신동라디오덤 조은형 국장이 맡았다. 1회 강북FM, 2회 강서FM, 3회 와보숑, 4회 동작FM, 5회 성북동천, 6회 용산FM, 7회 마을미디어 뻔, 8회 은행나루마을방송국, 9회 창신동라디오덤, 10회 라디오금천, 11회 가재울라디오, 12회 노원유쓰캐스트에 이어 13회 인터뷰 대상은 남산골해방촌이다. 배영욱 발행인과의 인터뷰를 1, 2부로 나눠서 싣는다.


1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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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토론이 일상, 책임자로서 입장 정리 부담스러울 때 많아

조은형(창신동라디오덤 국장, 이하 조): 격렬한 토론도 종종 하신다면서요?

배영욱(남산골해방촌 발행인, 이하 배): 수위조절에 대한 토론이 종종 있죠. 10호 주제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었는데, 이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격렬하게 토론했어요. 저는 도시설계사로서 변화는 당연하고,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곳이면 사람이 몰리는 게 당연한 절차라 보거든요. 하지만 이 요인에 대해 명확히 알리고 신고 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어요. 해결책을 내려고 하지 말고 숨은 뜻을 밝혀내고, 현상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얘기한 친구도 있고요. 상호나 개인을 드러내는 문제나 수습에 대해 격렬히 토론했고 결국 편집인이 중재했어요. 상처받은 사람도 있었을 테고 살벌하다 느낄 수 있지만, 긴 시간 함께하며 서로 신뢰가 쌓였으니 가능한 일이죠. 또 저희가 뒤끝이 없어서요.

조: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한다는 게 굉장히 좋아 보이는데요? 자기 생각이 선명해지는 계기가 될 거 같아요. 그리고 대게 관련 기사나 내가 목격한 걸 토대로 판단하는데, 독자에게도 다양한 사고의 장을 열어줄 거 같습니다.

배: 막상 잡지엔 순둥순둥하게, 입장이 애매하게 나오게 되더라고요. 그 뭉툭함의 요인이 저인 거 같기도 해요.

▲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조: 책임자가 갖는 한계라고 봐요. 폭풍에 휘말리면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니, 무해한 형태로 내려고 신경 쓰게 되니까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죠.

배: 잡지는 활자로 남으니까 이름 하나, 상호 하나 쓰는 게 조심스러워요. 성찰이 필요한 부분인 거 같습니다.

지속가능한 모임 위해 워크숍·원고 청탁 등 다양한 실험 중

조: 고비나 어려운 순간은 언제였나요?

배: 4호 발간 후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갈 때, 우리 모임이 즐거운 모임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속상했어요. 그래도 사람들이 계속 찾아와주고 경력이 쌓이니 노하우가 쌓이더라고요. 진짜 고비라고 느낀 건 올해에요. 저는 대학원생에서 회사원이 되었고, 프리랜서 디자이너 친구도 회사로 들어갔어요. 다 직장인이니 여유가 없더라고요. 동아리처럼 운영되는 우리 모임이 우선순위에서 자꾸 밀리게 되고…‘우리 이거 못하는 거 아니야?’ 하는 조바심이 계속 들었어요. 열 달 만에 12호를 내면서 특집기사를 통해 “우리 이거 계속할 수 있을까? 왜 하는 거지?” 질문 했어요. 우리 여건이 바뀌었기 때문에 방법을 달리해보자고 의견을 모았고, 13호는 3달 만에 나오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워크숍을 통해 집중력 있고 빠르게 글을 썼고, 청탁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어요. 수다 떨며 느릿느릿 만드는 것도 좋지만, 밀도 있게 집중하는 방식도 좋더라고요. 앞으로 직장에 다니면서도 참여가능 한 방식을 찾아야 할 거 같습니다.

조: 실험을 하며 장단점을 파악해야겠네요. 두 과정의 특징이 다를 테니까요. 매주 만나기 어려운 현실에서, 워크숍이 좋은 대안이 될 거 같아요. 청탁하게 되면 격렬한 토론을 하긴 어려울 텐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배: 고민스럽지만 보완해가야죠. 개인적으로 수다 타임을 놓칠 수 없어서, 여러 방법을 섞어가며 진행할 거 같습니다.

해방촌의 내일을 만드는 <남산골해방촌>, 주민을 위한 발언대로 기능하기도

조: 꽤 오랜 시간 활동하셨는데, 초기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를 느끼시나요?

배: 처음 시스템을 만들어갈 때 신기하고 재밌고 열정적이었어요. 이 열정으로 3~4호까지 진행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시스템이 구축 된 상태입니다. 열정과 연륜의 차이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잡지가 쌓인 걸 보면 이게 최근 해방촌의 역사고, 우리가 기록했다는 뿌듯함으로 어렵지만 계속 작업 하게 되는 것 같아요.

▲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조: <남산골해방촌>의 활동 성과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배: 첫째로, 최근 5년 해방촌의 소소한 이야기를 기록한 것들이 또 다른 해방촌을 만들기 위한 연구였다고 봅니다. 중요한 자료를 구축하는 역할을 한 거죠. 저 역시 해방촌을 연구하며 이 전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그 자료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해방촌을 탐구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두 번째로, 해방촌에 대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분들께 발언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해방촌의 경우 도시재생 사업 등 다양한 변화를 겪는데, 주민들이 의견을 피력할 장이 되기도 하고요. 재생사업에 대한 특집 기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주민협의체에서 예의주시하시더라고요.

조: 해방촌의 내일을 만드는 데 영향을 끼친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데, 언제 확신하게 되셨나요?

배: 처음에 ‘해방촌의 매력이 어디서 나오는 거지? 해방촌이 변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데, 5년 후에 내가 여기서 살 수 있을까? 변화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과 의문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옛날 모습 그대로 남을 순 없다고 봐요. 막고 싶다고 막을 순 없지만, 변화의 방향이 다양성이 풍부해지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천편일률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건 싫어요. 다양성을 담는 매체로써 용산FM, 남산골해방촌 모두 존재 의미가 있는 거죠. 다양한 매체가 다양한 모습을 담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 저 또한 창신동의 변화를 느끼며 불안감과 무력감을 느끼는데, 라디오로 변화의 물결을 바꾸긴 어렵다는 걸 절감하기 때문이에요.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다는 데 자긍심을 갖는다는 게 인상적이네요.

배: 다양한 생각을 더욱 다양하게 하고 싶어요. 해방촌 주민 스스로 해방촌의 매력을 알고, 자긍심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다양성을 함께 지켜나가고 싶어요.

<남산골해방촌>, 편안하고 가벼운 모임으로 남았으면

조: 현 단계 남산골해방촌에 필요한 변화가 뭘까요?

배: 그저 편하고 쉽게 계속 운영하는 게 목표에요. 그러려면 일을 벌이지 말아야 하는데(웃음).

▲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조: 이 일이 재밌고 좋지만, 일상에서 버거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요. 대개 직장을 얻게 되면 하기 어려워지는 구조잖아요. 사회적으로 노동의 조건이 좋아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한순간에 바뀌지 않을 텐데, 좋은 경험을 유지하며 타협하는 게 남은 숙제인 거 같습니다. 배영욱 선생님은 공동체에 대한 강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고 느껴지는데, 남산골해방촌도 그런 모임인가요?

배: 공동체에 익숙하지만, 한편으론 개인주의적인 모임이에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지만 시간 조율이 어려워 행사는 불참하는 경우가 많아요. ‘공동체’라는 게 참 좋지만 자유를 속박하는 용어로 다가오기도 하잖아요. 개인적인 생활이 익숙한 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게 바로 남산골해방촌이라고 봐요. 이런 장벽 낮은 모임, 동네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모임으로 남길 바라요.

조: 남산골해방촌은 ‘취미활동’이라는 명확한 상을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한 특징인 거 같네요. 그럼에도, 마을미디어가 어떻게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배: 업그레이드를 고민하지 않는 게 우리 모임인데, 돌이켜보니 다양한 시도를 하고 방법을 찾고 있는 거 같아요. 서울 마을미디어 행사에 가면 위축될 때도 있어요. 주변 분들이 헌신하고 적극적으로 하시는 데 저희는 아무것도 안 하는 거 같아서요. 그렇지만 우리의 내부 철학을 지지하고 따뜻하게 바라봐주시면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오늘 든 생각인데, 우리도 열심히 하는 거 같아요(웃음).

조: 외연을 넓히려는 의지는 없지만, 중요한 것을 선명히 알고 있고, 지켜나가길 바라는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못 다 하신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배: 동네 사람들이 읽는 잡지이니만큼 우리 동네 사람들이 재밌게 읽어주면 좋겠어요. 또 남산골해방촌 같은 가벼운 조직을 지원하는 체계도 확대되면 좋겠습니다.

▲ 앞쪽 남산골해방촌 배영욱 발행인, 뒤쪽 왼편부터 조은형(창신동라디오 덤), 김푸른(정리), 정은경(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 끝 –


정리: 김푸른
사진: 김용욱
녹음·편집: 김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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