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인터뷰] 마을미디어 대표선수를 만나다 15회 –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편집장 <2부>


[편집자 주] 2017 마을미디어 성과모델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매체 형태의 마을미디어 15곳의 성장과정을 정리해본다. 이 프로젝트의 인터뷰어는 창신동라디오덤 조은형 국장이 맡았다. 1회 강북FM, 2회 강서FM, 3회 와보숑, 4회 동작FM, 5회 성북동천, 6회 용산FM, 7회 마을미디어 뻔, 8회 은행나루마을방송국, 9회 창신동라디오덤, 10회 라디오금천, 11회 가재울라듸오, 12회 노원유쓰캐스트, 13회 남산골해방촌, 14회 성북실버IT센터에 이어 15회 마지막 인터뷰 대상은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이다. 박은미 편집장과의 인터뷰를 1, 2부로 나눠서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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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라디오덤 팟캐스트 http://www.podbbang.com/ch/4565?e=22498549

 

주민 제보 많이 들어와…신뢰 받는 지역신문으로 자리매김

조은형(창신동라디오덤 방송국장, 이하 조): 여러 어려움을 겪으셨는데, 그럼에도 성과가 있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박은미(창신동라디오덤 방송국장, 이하 박): 지역에 의미 있는 일을 많이 했다고 느껴요. 최근 동네 초등학교 장애학급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폭언을 한 사건이 있었어요. 학부모들이 항의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고요. 그때 학부모님이 저희 신문사에 찾아오셨어요. 취재를 하고 인터넷에 올렸는데, 순식간에 조회수가 3천이 넘고 댓글이 몇십 개가 달리더라고요. 매체 파워를 느꼈어요. 그 날 힘든 줄 모르고 일했죠. 주민들의 목소리가 힘을 갖게 되고 해결까지 갈 때 뿌듯하죠.

 

문제를 해결하진 못해도 문제의식을 던지거나 주민의 억울함을 위로하기도 해요. 공무원 퇴직하고 학교 앞에서 10년 동안 문구점을 운영하는 분이 계셨는데, 바로 옆에 큰 문구점이 들어오니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어요. 힘든 과정을 겪으시며 장문의 편지 세 장을 보내주셨어요. 일하며 노후를 보내고 싶은데 기회를 뺏긴 거잖아요. 저희가 취재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골목 상권을 왜 지켜야 하는지 고민할 기회를 만들고 그분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고 위로할 수 있었어요. 이 외에도 현재 임사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충암학원 문제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고, 하나고등학교 내부고발자 해고 건도 밀착 취재해서 알리는 역할을 했어요. 그 선생님도 은평이랑 인연이 없었는데 지역이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줘서 너무 고맙고, 함께할 일을 찾아보겠다고 하실 때 보람을 느끼죠.

 

조: 주민들이 제보를 많이 하시는 게 인상적이네요. 은평시민신문이 지역에서 인정받고 사랑받는다고 느껴져요. 마을미디어 활동가 중 지역사회 문제를 다루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는데 엄두를 못 내는 경우도 있잖아요. 이 일은 훈련이 필요한 일인 거 같은데, 취재에서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까지 갈 수 있으려면 어떤 훈련이 필요한가요?

 

박: 끊임없이 토론하고, 정보를 교환해요. 넓은 시야를 갖는 건 분명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지만, 마을미디어가 지원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해요. 서부장애인종합복지관의 경우 장애인과 그 가족이 함께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는 마을기자단 활동을 지원하고 있어요. 그동안 썼던 글을 모아 책으로 발행하기도 했고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전해주셔요. 기존 미디어에선 부모가 장애아를 열심히 뒷바라지해서 유명인이 되었다는 식의 미담사만 나오잖아요.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한테 왜 이렇게 훌륭하게 키우지 못하냐고 하는데, 당연히 불편하죠. 개인들이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중한 기회인데,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작은 목소리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편집장

 

의제 설정, 자신의 경험에서 시작…시야 넓히는 훈련 필수

조: 의제를 정하는 것도 중요할 텐데,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의제를 설정하시나요?

 

박: 의제라는 말이 거창하고 어렵게 다가오고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하시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내가 살아가는 삶이 의제가 되는 거예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그 내부의 정말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일들이 벌어지는 게 보이는 것처럼요. 앞서 어린이집에서 문제가 생겼던 이야기를 했는데, 어린이집 사례만 봐도 국공립 보육시설이 너무 부족하다는 게 보여요. 제 얘기를 하다 보면 그렇게 이어지는 거예요. 보육교사 대우가 형편없고, 힘들다는 건 알지만 학부모로서 해야 할 이야기를 하는 거죠. 한 명을 공격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어요. 내 삶의 이야기로 시작하면 되는 거예요. 전 가사노동자로서 힘든 점, 여성으로서 부당했던 경험을 얘기할 수 있지만, 제 일이 아닌 이야기 – 예를 들면 20대 남성의 이야기는 할 수 없어요. 제가 모든 영역에 걸쳐 이야기할 수 없으니, 그건 당사자분들의 도움을 받아야죠.

 

조: 내가 경험한 일을 규명하고, 시야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이네요. 당사자 스스로가 고민할 수 있게 하는 게 길을 찾아가는 방법이겠네요.

 

박: 웃고 떠들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울고 싶을 때가 더 많잖아요. 웃고 떠들고 말하는 건 6년 동안 많이 했으니, 더욱 성숙한 발걸음을 내디디고,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민하는 게 더 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조: 은평시민신문은 역사가 길기도 하고 언론의 역할, 지역 공론장의 역할을 성실히 해주셨다고 봅니다. 그래서 길을 낼 수 있는 경험이 쌓인 거 같아요.

▲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편집장

 

전문기자 육성 과제…재정 문제 해결하면 발행 어렵지 않을 것

조: 시민기자 모집과 교육은 어떻게 진행하시나요?

 

박: 이 전에 교육을 진행했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사실 글은 혼자 쓰는 거고, 글쓰기는 자기 과제로 가져가야 하는 게 많아요. 그리고 글쓰기 교육부터 시작해서 기사 작성까지 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요. 필요할 때 특강을 하면서 주제를 던지는 건 가능하지만, 글쓰기 교육부터 시작하는 방식은 적합하지 않아서 올해는 교육을 하지 않았어요. 밀착해서 고민을 나누는 체계가 필요하고, 특정 분야에 대해 전문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조: 현 단계 은평시민신문에 필요한 변화는 어떤 게 있을까요?

 

박: 용어에 대한 고민이 있어요. 은평시민신문은 지역신문이기엔 부족하고 마을신문이기엔 넘쳐나는데, 이 경계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에요. 창간 14년 경력에 걸맞은 곳이 되기 위한 조직 과제도 있습니다. 작은 도약을 반복했으니, 이젠 전문적인 기자로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 필요하다고 봐요.

 

조: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쉬운 점을 떠올리면 끝도 없지요. 주민의 목소리를 담는 신문이 된다고 했을 때, 활동가의 주말이 보장되려면 어떤 지원이나 체계가 필요할까요?

 

박: 사람이 많아야겠죠? 지금은 역량에 최대치를 써서 하고 있는데,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런 식으로 운영된다고 상상하면 두려워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조직적인 고민이 필요해요. 신문사로서 체계는 어느 정도 갖췄으니, 재정문제가 해결되면 큰 어려움 없이 발행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조: 최선을 다해 활동하는 시기가 길어지면 사람이 상하잖아요. 지난 시간, 신문 발행엔 무리 없을 정도로 네트워크와 노하우, 신뢰가 쌓인 게 큰 자산이네요. 이게 흐트러지지 않고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편집장

 

마을미디어의 존재 가치 증명해야…과감하고 획기적인 지원도 필요

조: 마을미디어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요?

 

박: 지금의 지원은 지원이라고 할 수 없어요. 마을미디어가 이 많은 서울시민의 이야기를 담아야 하는데, 지원이 너무 미비해요. 마을미디어 뿌리가 너무 약한 상태인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려면 과감한 지원이 필요해요. 초기에 너무 힘들게 활동하고 힘 빠지면, 지속해서 활동할 수 없잖아요.

 

조: 공감해요. 어려운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고 나가떨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너무 아깝잖아요.

 

박: 과감하고 획기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그만한 지원을 가능케 하는 건 우리 활동가들 몫이에요. 취미 생활, 못다 한 꿈을 이루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찾아내야 합니다. 마을미디어가 왜 필요한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해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는 게 미디어에요. ‘마을미디어 지원=공익을 위한 지원’으로 행정의 인식을 전환하도록 노력해야죠.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고 받아들이는 문화도 만들어가야 하고요. 지역과 개인과 조직이 성장하는 마을미디어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맨 앞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편집장

뒷 줄 왼쪽부터 정은경(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김푸른(정리), 조은형(진행), 나윤석(녹음·편집)

– 끝 –


정리: 김푸른

사진: 김용욱

녹음·편집: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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